내가 유방암이라면...딸도 유방암일까?
내가 유방암이라면...딸도 유방암일까?
  • 신영옥 기자
  • 승인 2021.07.07 11:1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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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동경희대병원 외과 한상아 교수
유방암 대물림되는 유전자 변이 BRCA1/2
혈액검사로 쉽게 확인, 종합적인 치료계획 필요

내가 유방암이라면 내 딸도 유방암이 생길 위험이 있을까? 유방암을 진단받은 많은 환자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다. 실제로 한 여성의 1도 가족인 어머니, 딸, 자매가 5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린 경우, 그 여성의 유방암 발생확률은 가족력이 없는 경우보다 2배 정도 높다.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방암 위험이 높은 원인은 무엇인지,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,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과 한상아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.

◇유방암 가족 많을수록, 진단 나이 어릴수록 위험도↑

20세까지 건강했던 여성이 80세까지 유방암에 진단될 확률을 유방암 평생위험도라 한다. 평생위험도에 의미 있게 영향을 주는 요인은 △유방암에 걸린 가족이 몇 명인지와 △그들이 유방암에 진단된 나이다. 유방암 진단 가족 수가 많아질수록 유방암 위험도는 높아지고, 1명의 1도 가족이 유방암에 진단된 경우 더 젊은 나이에 진단된 경우가 유방암 위험이 더 높다.

예를 들어 어머니가 유방암을 60대에 진단받은 경우, 40대에 진단받은 경우에 딸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. 현재 20대인 건강한 여성의 유방암 평생위험도는 가족력이 없는 경우 7.8%, 가족력이 1명 있을 때 13.3%, 2명 있을 때 21.1%로 추정된 바 있다. 이 여성이 유방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가족력이 없는 경우 2.3%, 가족력이 1명 있을 때 4.2%, 2명 있을 때 7.6%로 추정된다(출처: The Lancet, 2001).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, 대물림 되는 유전적 변이가 확인된 유방암을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한다.

강동경희대병원 외과 한상아 교수.
강동경희대병원 외과 한상아 교수.

◇유전적 변이 대물림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유방암

유방암이 가족 내에서 여러 건 진단되는 원인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유전성 유방암이다.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가 대물림되면서 유방암이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.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인자 중 가장 강력한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,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5~10%는 이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다. 이 유전적 원인 중 대표적인 변이가 BRCA1과 BRCA2 유전자 변이로 전체 유전성유방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.

◇안젤리나 졸리도 확인한 유전성 유방암

유전성 유방암은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로도 유명하다.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사망하고, 이모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을 보였던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암 진단을 받기전 유전자 검사를 받기로 결정하였고, 그 결과 BRCA1 유전적 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다. BRCA1 유전자변이를 가진 경우 유방암이 생길 평생위험도는 87%, 난소암이 생길 평생위험도는 50%로 알려져 있다.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낮추기 위해 암이 아직 생기지 않은 유방조직을 제거하는 위험감소 유방절제술과 위험감소 난소절제술을 받았다.

◇가족 내 유방암·난소암이 함께 진단, 젊은 나이에 암 진단되면 BRCA1/2 변이 의심

우리 몸의 세포 내에서는 계속 유전자 복제가 일어나고 있다. 원래 BRCA1/2는 이런 일상적인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생긴 오류를 수정해 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이다. 이때, BRCA1/2에 변이가 생기면 비정상 단백질들이 생성되는데, 비정상 단백질은 복제에서 생기는 오류를 수정하지 못하게 되고, 복제의 오류가 적체되면 암이 발생하게 된다.

이 유전자 변이는 아들과 딸 구분 없이 50%의 확률로 자녀에게 대물림된다. 가계 내 유전자 변이가 대물림될 경우 가족 중 여러 사람이 유방암 진단을 받거나, 젊은 연령에 유방암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. 가족력이 없는 경우라도 양측 유방암, 여러 종류의 암이 한 사람에서 생기거나, 삼중음성 유방암 등의 양상으로 유방암이 발생한다. 또한 난소암, 췌장암, 전립선암의 위험도 높아진다.

◇혈액검사로 간단하고 유전자 변이 확인

유전성 유방암이 의심되면 우선적으로 BRCA1/2 유전자에 질병과 연관성이 높은 돌연변이가 있는지 검사를 받고, 암에 걸리기 전 집중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.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어렵지 않아서, 혈액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진행된다. 의미 있는 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 일생동안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70~80%,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이 30~40%정도가 된다. 이것은 일반인에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의 20배에 달하는 높은 확률이다.

◇전문의 상담 후 암 위험 감소 수술까지 고려 가능

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는 집중 검사, 약물관리, 암 위험감소수술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. 검사보다는 약물, 약물보다는 수술이 암 예방 효과는 더 우수하다. 다만, 수술을 시행하여도 유방암 위험이 0%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. 질병에 걸리기 전에 유선조직을 제거하여 암 위험을 낮추는 위험감소유방절제술은 피부와 유두를 보존하고 유선만 제거한 후 보형물을 이용하여 복원술을 함께 시행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.

이러한 위험감소수술 후 유방암 위험은 87%에서 5%로 상당히 낮아지지만, 피부에 잔존하는 미세한 유선 조직 때문에 차후에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5% 정도가 되는 것이다. 다만, 이 확률은 위험인자가 없는 보통사람의 유방암 평생위험도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. 또, 수술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, 환자의 연령, 결혼 및 출산 계획, 현재의 건강상태, 심리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. 모든 결정전에 전문가와 심도 깊은 상담은 필수다.

◇유방암의 다른 임상적 단서들은 본인이 이미 병에 걸린 후에 알게 되지만, 가족력은 병에 걸리기 전에 유전적 변이를 찾아낼 수 있는 의미 있는 단서다. 의미 있는 가족력을 파악하고 개인의 위험을 알고, 적절한 검진, 예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.

◇유전성 유방암 유전자 검사 권유 대상

▲유방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 환자

▲가족력이 없지만 환자 본인이 40세 이전에 진단된 경우

▲가족력 없이 난소암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경우

▲양쪽 유방에(동시에 또는 시간차를 두고) 암이 발생한 환자

▲남성유방암 환자

▲여러 장기에 암이 발생한 유방암 환자

위와 같은 환자는 돌연변이를 보유할 확률이 10%이상이다. 돌연변이 검사는 채혈을 통해 시행되며,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이미 진단된 사람은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받는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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